“이랜드를 생각하면 3·6·9 게임도 꺼려진다”

[기획연재 - 내 삶의 불복종 ④] 부당노동행위의 선두 이랜드를 거부한다

이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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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생김새만큼이나 참 다양하다. 그 중에서 많은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어떤 것을 거부하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가령,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도 있고,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개인정보의 누출 우려 때문에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 사람, 이마트에 가지 않는 사람, 자가용 차를 타지 않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정치적 이유로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무언가를 거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기획 연재 - 내 삶의 불복종]에서는 무언가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듯, 무언가를 거부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역시 자신의 삶의 방식을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려 하지도 않는다. 다만, 소통의 힘을 믿는다. 자신의 문제의식을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자신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또 그런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그것은 ‘운동’이 될 것이다. 그런 운동은 삶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부조리한 사회의 문제들도 바꿔나갈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자, 당신에게 강요하는 대신 자신의 삶의 방식을 그저 묵묵히 실천하며 나지막히 읊조리고 있는 우리 옆의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1980년대. 캐쥬얼 의류시장은 ‘이랜드’가 등장하기 전까지 ‘시장표’와 ‘백화점표’로 양분화되어 있었다. 적어도 내 기억엔.
그 당시 이랜드는 여러 가지 화제를 낳았다. 조그만 구멍가게에서 단돈 500만 원으로 시작한 기업이라는 점, 프랜차이즈 방식을 도입했다는 점, 다품종 소량생산에 다(多)브랜드화 등 기존 의류시장에서 도입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방식들을 새롭게 시도한 기업이라는 점 등. 이랜드는 이후 브렌따노, 언더우드, 헌트 등의 브랜드를 잇달아 출시했고, 이런 흐름을 타고 카운트다운, 티피코시, 브이네스, 옴파로스, 메이폴, 에드윈 등 여전히 건재하는 타사의 캐주얼 의류들도 넘쳐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시장통이 아닌 대로변의 로드숍을 누비며 전국의 어디에서나 같은 브랜드의 같은 가격과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는 시대를 맞았던 것이다.

나는 당시 꽤 높은 가격과 세련되어 보이기는 했지만 생경한 디자인의 옷이 낯설기도 해서 여전히 시장표를 선호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감각적인 상표 이름과 쇼윈도에 진열된 이상적인 욕망을 소비(하길 원)했고, 회사가 표방하는 중저가의 고품질 의류를 입는다는 만족감에 너도나도 앞가슴과 등판에 “E·LAND”를 붙이고 다니며 광고판을 자임했었다.

이렇듯 신선한 주목을 끌었던 이랜드는 한동안 내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최근에서야 다시 관심사로 들어왔다. 기존 브랜드 외에 티니위니, 데코, 리틀 브렌따노, 이랜드 쥬니어, 헌트 키드 등을 앞세운 의류시장으로의 화려한 재등장이 아닌 노동3권 탄압과 비정규직 양산의 첨병으로.

위 사진:이랜드그룹의 경영이념 <출처; http://www.eland.co.kr>


이랜드는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둔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랜드의 경영이념인 ‘나눔’이 이랜드의 이미지를 대표하고 있고, 여전히 대학생 취업 선호기업 상위권 안에 있다. 이랜드에 대해 별 관심이 없던 터라 내 머릿속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던 이미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노무사가 되어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수습’을 하며 알게 된 이랜드 그룹의 실상은 사뭇 달랐다.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그룹 확장으로 덩치를 키우면서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면에는 ‘단체협약의 해지’와 ‘노동조합 탄압’, ‘비정규직 양산’의 그림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파업은 어렵게, 해고는 쉽게’를 표방하며 노동3권 약화를 야기하게 될 로드맵에 대한 우려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현재의 노동법상 회사는 단체협약 해지만으로도 노동3권 침해가 가능하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은커녕 노조 가입이나 설립은 곧 해고인 현재의 상황에서 이랜드가 단행한 ‘단체협약 해지’와 ‘노조 전임자 현업 복귀 명령’, ‘조합비 일괄공제 중지’, ‘노조 사무실 폐쇄’ 등은 노조의 근간을 흔들어 와해시킬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이다.

이랜드는 단체협약 해지 후 새로운 단체협약을 위한 교섭에는 불성실하게 응하면서 갖가지 이유를 들어 노조 간부, 조합원을 가리지 않고 각종 징계를 내렸다. 교섭과정에서의 가벼운 실랑이를 침소봉대하여 고소를 남발하고, 용역을 고용하여 노조에 출입하는 사람들의 신원을 기록하는 등 노조활동을 감시하였다. 게다가 노조에 가입한 신규 사원에게조차 납득하기 힘든 이유를 들어 징계처분을 하거나 노조탈퇴를 종용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또한 이랜드는 교섭에 나서지 않은 채 노조에 대한 온갖 탄압을 하면서 기존의 단체협약을 유지하려는 노조 측에 끊임없이 공문을 보내 ‘성실한 교섭에 응하라’고 요구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랜드의 ‘노조 죽이기’가 위와 같다면 비정규직 양산 방법은 이렇다.
이랜드에는 ‘3·6·9 계약’ 방식과 ‘뷰티풀휴먼’이 있다. ‘3·6·9 계약’이란 3개월 단위로 3번 계약연장을 하고 9개월이 되면 계약을 해지하는 제도이다. ‘뷰피풀휴먼’은 이를 뒷받침하는 인력파견업체다. 이랜드는 필요할 때는 고용보장을 미끼로 실컷 부려먹다가 적당한 시기에 내치고 새로운 노동자를 공급받아 소모하는 비인간적인 간접고용 인력관리방식으로 850만 비정규직 양산에 앞장서고 있다.

이랜드의 비정규직 양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랜드는 우리가 한 번쯤은 이용해봤을 킴스클럽, 뉴코아, 2001아울렛, 최근 인수한 까르푸(새로운 이름은 ‘홈에버’)까지 사세를 확장하고 공격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거대 할인점들의 운영은 비정규직을 쥐어짜서 얻은 이윤과 ‘노동자의 할인’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문을 연 ‘부평 2001 아울렛’은 정규직이 35명 정도라고 한다. 보통 할인점 한 곳을 운영하려면 600~700명 정도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하니 나머지는 말 안 해도 짐작하시리라. ‘평생 불러주실 그 이름’이라는 ‘홈에버’로 재개장을 하고 있는 지역의 까르푸들도 크게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랜드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사회양극화 해소와 소외된 이웃과의 나눔을 실천하고자’ 1991년부터 복지재단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묻고 싶은 게 있다. 실은 ‘순이익 10% 사회 환원’은 연봉 1500만 원을 받고 일하는 6년 근속 저임금 정규직노동자의 몫을 갈취하여 조성한 이익이 아닌지, ‘3·6·9 계약’방식과 간접고용을 통해 비정규직을 착취하여 얻은 이익이 아닌지, 사회양극화와 지역사회의 비정규직화에 앞장서고 있는 면죄부를 얻기 위한 위장술이 아닌지.
화려하게 재개장한 할인점 외벽엔 ‘○○맞이 50% 대세일’, ‘백화점을 할인한다’ 류의 대형 현수막이 드리워져 있다. 인도까지 장악한 채 팔고 있는 각종 미끼상품의 은근한 유혹은 살림살이 팍팍한 우리네 이웃들이 쉽게 지나치기 힘들다. 이랜드의 실상이나 그 계열사들을 몰랐던 때는 나도 그 유혹에 기웃거려도 보고 구매도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안되겠다. 노동자를 할인해 사는 일은 죽어도 못하겠다.
덧붙이는 글
이수정 님은 민주노무법인에서 활동하는 노무사입니다.

* 참고 : 까르푸/뉴코아/이랜드 노동조합 공동투쟁 영상, 2006
http://dory.mncast.com/mncHMovie.swf?movieID=10009229220061013020051
인권오름 제 29 호 [기사입력] 2006년 11월 14일 18: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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