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문헌읽기] 21세기를 위한 세계고등교육선언: 전망과 행동(유네스코, 1998)

류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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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일이 코앞에 왔다. 일 년 중 누구에게는 가장 긴장되고 누구에게는 아주 서글프거나 막막하기만 한 날이 온 것이다. 대학입학시험같은 걸 생각도 못해본 사람한테는 시험이란 것 자체가 부러울 수 있을 게고, 시험 잘 치르기를 바라는 부모들 마음엔 벌써부터 엄청난 등록금 걱정이 들어앉아있을 게다. 인생의 마지막 시험이 아니라 하염없이 이어지고 또 이어질 시험들의 시작일 뿐이란 생각에 수험생의 해방감은 아주 짧을 것 같다.

위 사진:[출처] ask.nate.com


문제는 시험만이 아니다. 거대한 채무자의 대열에 끼게 될 학생이 대다수일 것이라는 문제다. G20으로 떠들썩하던 기간 중 한 여대생이 학자금 700만원을 갚지 못해 고민하다 자살했다. 청년유니온(만 15세부터 39세까지 가입하는 세대 노동조합, 지난 3월 13일 창립식을 가졌지만 노동부가 조합 설립신고서를 계속 반려하고 있어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얻지 못하고 있다)의 구성원이 쓴 글에서 ‘매달 학자금 융자금을 갚을 때마다 죽은 그녀를 기억할 것’이라는 말에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위 사진:[출처] http://blog.ohmynews.com/joomeen/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니, 한국에서 수능을 치르는 날을 전후해 지구 반대편 나라들의 학생들은 공공서비스 삭감에 항의하고 대학교육의 전면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의 주장들 중에 한 구절을 옮겨본다.

* 무상교육이란 뭘 의미하는가?

이 사회에서 어떤 서비스도 문자 그대로 ‘무상’인 것은 없다. 문제는 누가 지불하느냐이다. 우리는 모든 학비의 폐지를 원한다. 그래서 고등 교육이 공공서비스로서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되길 원한다. 이건 졸업 전이나 후에 학생이 상환하는 형태를 말하는 건 분명 아니다. 학비는 일반 세금에서 충당돼야만 하고 모든 학생에게는 살아갈만한 보조금이 제공돼야만 한다.

* 하지만 돈이 없다고!

어디에 돈이 없는가? 언론이 보도한 부자 목록에 따르면 2009년에서 2010년 사이 가장 부유한 1천명의 부는 엄청나게 증가했고, 대표적인 100개 기업 운영자들의 봉급은 작년에 55%나 올랐다. 가장 부유한 0.01%의 소득은 500% 치솟았는데, 가장 가난한 사람들은 10% 올랐을 뿐이다. 이런 통계들로 지면을 채우는 건 쉬운 일이다. 가난한 다수는 공공서비스의 삭감 때문에 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 너희들의 대안이 뭐냐고?

이런 위기를 정말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 정부가 있다면, 해결방법은 ‘공정’이다. 부자들, 대기업, 은행들의 엄청난 부에 세금을 물려라. 소득세, 기업세는 계속 낮춰져왔다. 부자들의 이윤이 중요한지 아니면 그 나머지 우리들이 필요로 하는 공공서비스와 일자리가 중요한지를 생각해야만 한다.

* 그래, 돈이 있다 치자. 그렇다 해도 다른 공공 서비스를 제쳐두고 대학생들에게 그걸 쓸 이유가 뭐냐고?

대학 교육만이 아니라 중등교육, 초등교육도 중요하고 연금도 중요하고 의료보장도 중요하다. 어떤 한 분야의 공적서비스를 삭감하게 내버려두면 그건 멈출 수 없는 미끄럼틀을 허용하는 거다. 어떤 한 분야의 공적서비스 이용자들이나 그 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정부의 분리지배방식을 허용하게 되면 모두의 운동이 약화될 것이다. 필수적인 모든 공적서비스를 요구하며 싸우는 것이 우리의 대안이다.

*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 가냐고? 대학생을 지원하는 건 중산층을 지원하기 위해 노동계급이 돈을 내는 걸 의미한다고?

많은 사람이 대학에 가면 안 되는가? 대학은 전통적으로 부잣집 자식을 위한 것이었다. 고등 교육의 확대는 좋은 일이었다. 잘못된 것이 있었다면 정부 돈 안들이고 학비와 민영화로 대학교육을 하려는 것이었다. 왜 엘리트만이 대학교육의 혜택을 받아야만 하는가? 세상에 대해 배우고 정신을 확장하고 같은 일을 하는 타인들과 어울릴 권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좋은 일 아닌가? 중산층의 자녀를 위해 노동계급이 돈을 낸다는 말은 틀렸다. 사실은 부자를 위해 내고 있는 것 아닌가? 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긴다면 부자에게 세금을 매겨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부자들이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걸 지지해라.

대학교육이 ‘공공 서비스’라는 말은 이 학생들만의 주장이 아니다. 유네스코가 1998년 채택한 “21세기를 위한 세계고등교육선언: 전망과 행동”에서는 ‘공공 서비스’로서 고등교육을 칭하며 그를 위한 재정의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인 재정지원은 사회가 고등교육에 제공하는 지원을 의미하며, 따라서 고등교육의 발전을 보장하고 그 효율성을 높이고 질과 타당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지원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교육적, 사회적 사명이 조화롭게 이루어지려면 고등교육과 연구에 대한 공적 지원이 필수적이다”(제 14조 a항)

교육권이란 인권을 국제인권기준에서 말할 때, ‘필수요소’로 꼽는 것이 있다. 가용성(availability), 접근성(accessibility), 수용성(acceptability), 적합성(adaptability)이 그것이다. 이 네 가지 요소는 유엔 경제․사회․문화적권리위원회가 국제인권조약에서 말하는 교육권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내놓은 일반논평 13(1999년)에 담겨있다.

가용성은 교육기관이 충분히 이용될 수 있는 정도여야 함을 말한다. 접근성은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교육에 접근할 수 있음을 말한다. 접근성에는 여러 측면이 있는데, 특히 ‘경제적 접근성’은 ‘누구나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교육’을 강조한다. 초등교육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완전 무상을 강조하며, 중등 및 고등교육에 대해서도 점진적인 무상교육 도입을 지시한다. ‘수용성’은 모든 교육을 선하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수용성’은 용납하고 수용할만한 것으로 확인된 최소기준에 맞는 교육을 보장하는 것이다. 즉 학생의 존엄성과 인권을 해치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적합성’은 교육 내용과 과정이 다양한 여건에 놓여있는 학생들의 필요와 사회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일하면서 공부해야 하는 학생에게 적합하게 조정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네 가지 요소를 가로지르는 것은 한마디로 교육은 학생이 감당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등등 감당할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네 가지 요소의 적용을 고려함에 있어서 언제나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은 학생의 최상의 이익이다.

교육권을 위해 평생 헌신했으면서도 “교육권은 아직 인권이 못되었다”고 개탄한 카타리나 토마세브스키(유엔 최초의 교육권특별보고관, 2006년 타개)는 정부들이 입으로는 교육권을 외치면서 교육에 과도한 비용부담을 지우는 것을 “돈벌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수능시험문제만 낼 것이 아니라 그 시험 못지않은 호된 시험을 좀 치러봐야 하지 않는가? ‘자기 앞가림 하는 것은 네 책임이다, 책임은 각자 져라, 알아서 공부하고 알아서 먹고 살라’고만 한다면 사회와 국가가 왜 있으며, 인간이 어찌 존재할 수 있겠는가.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회와 국가 속에서 살아야 하고 그 속에서 도움을 받아야 살아갈 수 있다. 700만원 때문에 죽어간 젊은 영혼 앞에서 그동안 외던 답 말고 달리 고심한 답안지라도 내밀어야 하지 않겠는가.

21세기를 위한 세계고등교육선언: 전망과 행동(World Declaration on Higher Education for the 21 Centry: Vision and Action, 1998 유네스코 세계고등교육회의에서 채택)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여 고등교육의 무한한 다양성과 고등교육을 위한 이전에 없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사회문화적 그리고 경제적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중요성의 인식이 또한 증가하고 있고, 미래구축을 위해, 젊은이들이 신기술, 지식, 아이디어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고등교육은 ‘모든 유형의 연구, 훈련, 또한 국가가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인정한 대학과 교육기관이 제공하는 중등교육 이후의 연구를 위한 훈련’을 포함한다.



제 3조 공정한 접근
(나) 고등교육에 대한 공정한 접근은 모든 수준의 교육과의 연계성, 특히 중등교육과의 연계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필요할 경우 재정비하는 작업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고등교육기관은 초기 아동교육과 초등교육으로부터 평생교육 체계의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하며, 자체 내에서도 그러한 체계의 일부로서 작용하면서 북돋우는 기능을 해야 한다. … 고등교육은 아무런 차별 없이 열려 있어야 한다.
(라) 일부 특정집단 사람들, 원주민, 문화·언어상의 소수집단, 취약집단, 강점된 민족, 장애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 물질적인 특별지원과 교육적 해결책을 통해 이들 집단들이 고등교육에 접근할 때 직면하는 난관들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제 14조 공공 서비스로서의 고등교육을 위한 재정의 확보
고등교육 기금을 확보하려면 공공 및 민간부문의 자원이 모두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국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진다.

(가)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인 재정지원은 사회과 고등교육에 제공하는 지원을 의미하며, 따라서 고등교육의 발전을 보장하고 그 효율성을 높이고 질과 타당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지원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교육적, 사회적 사명이 조화롭게 이뤄지려면 고등교육과 연구에 대한 공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나) 고등교육이 지속적인 경제, 사회, 문화 발전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하는 점을 감안할 때, 고등교육을 포함한 모든 수준의 교육을 사회 전체가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관과 가정, 그밖에 고등교육에 관계된 모든 사회적 주체들은 물론, 경제, 의회, 대중매체, 정부 조직 및 민간조직의 참가와 인식의 정도가 매우 중요하다.


이 선언서를 채택하면서, 만인에게는 교육받을 권리가 있으며 각자의 특성과 역량에 따라 고등교육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재확인한다.

덧붙이는 글
류은숙 님은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227 호 [기사입력] 2010년 11월 17일 22: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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