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문헌읽기] 장애인의 기회의 평등에 관한 표준 규범 (The Standard Rules on the Equalization of Opportunities for Persons with Disabilities/1993. 12. 20. 유엔총회 결의안 48/96)

류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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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번지’ 또는 ‘복지 1등구’라 자임하는 서울 한복판 종로구청 앞에서 40일이 되도록 중증 장애인들이 길에서 먹고 자며 타전을 보내고 있다. 자신들을 볼모로 사욕을 채운 시설장에 대한 감독의 책임을 물으며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 타전에 대한 응답은 담당 공무원들의 사과가 아니라 폭력이요, 인권침해에 대한 진상규명과 보상이 아니라 꼬리를 무는 인권침해다. ‘바다 이야기’로 넘실거리는 언론의 관심은 바닥이고, 장애인에 대한 폭력에 대응하는 경찰은 팔짱만 끼고 있다.(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성람재단 비리척결과 사회복지사업법 전면개정을 위한 공동투쟁단’ 관련 기사를 찾아보길 바란다)

위 사진:<출처; www.nupge.ca>
문득 장애인의 인권을 명확히 말해주는 근거를 찾아 들이내밀고 싶었다. 그러나 장애인의 인권을 속 시원하게 두루두루 말해주는 기준을 찾기는 힘들었다. ‘공사 중’이라는 팻말을 발견했다고나 할까. 국내에서도 국외에서도 여전히 제정 ‘노력’ 중이다.

장애인의 권리선언(1975), 국제 장애인의 해(1981), 장애인에 관한 국제 행동 프로그램(1982) 등이 있어왔지만 장애인의 인권을 다룬 국제조약은 현재 없다. 물론 유엔의 수많은 국제인권조약들은 ‘모든 사람’의 권리를 얘기하고 있지만 ‘장애인’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그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에서 배제돼왔다. 이에 ‘간접적’으로 장애인과 관계된 인권 기준 말고 장애 문제에 구체적으로 집중한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국제조약을 만들자는 요구가 거세졌다. 그런 기준이 있어야 국가들이 자기가 해야 할 의무가 무엇인지를 똑똑히 알게 할 수 있고, 장애인에 대해 툭하면 ‘좋은 뜻’으로 ‘배려’하고 ‘보살피고’ ‘헤아린다’는 투로 나오는 사회적 태도와 대응들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그 결과 유엔총회는 2001년 12월 결의안을 통과시켜 장애인권조약을 검토할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고, 현재 장애인권조약을 만드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위한 발걸음이 계속되고 있다.

오늘 읽어볼 ‘장애인의 기회의 평등에 관한 표준 규범’은 독립적인 장애인권조약을 만드는 데 밑그림 같은 것이다. 22개항의 규범은 장애인의 삶의 모든 측면을 고려하며 ‘유엔장애인권 10년’ 동안 발전된 인권의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이 규범에서 먼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장애’에 대한 정의이다. 여기서는 장애인이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입은 ‘손상’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이유로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권리이행을 가로막는 사회 환경이 문제라고 한다. 장애인과 그 환경과의 관계의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 고치고 개선해야 할 부분도 이 관계 속에 있다. 장애인의 참여를 가로막으려고 사회가 만들어낸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장애는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문제이지, 한 개인의 속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장애의 정의에는 오랜 세월에 걸친 인식의 변화와 발전이 담겨있다.

유엔에서 장애에 대한 관점은 전후 후생사업의 관점에서 지원과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집중하는 것으로부터 점차 탈시설화와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사회복지의 관점으로, 장애인의 동등한 권리와 장애인의 참여를 강조하는 인권의 관점으로 옮겨왔다.

위 사진:<출처; www.south-ayrshire.gov.uk>
인권의 관점으로 옮겨온 후의 내용들을 예로 들면 ‘1975년 장애인 권리선언’은 장애인이 타인과 똑같은 시민·정치적 권리를 가지며, 또한 경제적 권리,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 고용에 대한 권리, 가족과 함께 살 권리, 사회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에 참여할 권리, 모든 착취와 학대나 모욕적인 행동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말하고 있다. 1989년의 유엔가이드라인에서는 “장애인은 정부에 의존하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의 운명의 주체로 인정돼야 한다. 장애인에 대한 교육은 정규 학교 체제 내에서 이뤄져야 하며, 장애인 교육에는 독립적인 사회화와 독립생활을 준비하기 위한 자조 기술을 포함해야 한다”고 하고, 1993년 비엔나 세계인권대회는 “의도적이건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장애인에 대한 그 어떠한 차별도 본질적으로 인권침해”라고 한다. 이런 생각들에 기반하여 ‘장애인의 기회의 평등에 관한 표준 규범’은 국가들의 정책수립과 취해야 할 행동의 지침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기준보다도 중요한 것은 장애인 당사자의 다음과 같은 생각을 지지하고 함께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이 함께 일하고 함께 전진하길 원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독립입니다. 우리의 철학은 동등한 생활을 누리고, 동등한 기회와 참여를 생활의 모든 측면에서 다른 사람들처럼 누리는 겁니다. 우리 스스로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수동적인 참여자나 서비스를 받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길 바랍니다. 우리는 능동적인 조직가여야 합니다”(홍콩 재활 동맹)

‘장애인의 기회의 평등에 관한 표준 규범’

도입

배경과 현재의 요구

세계 모든 곳, 모든 사회의 모든 수준에는 장애인들이 있다. 세상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수는 많으며 늘어나고 있다.

장애의 원인과 결과는 세계 곳곳마다 다르다. 이 차이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환경과 국가가 자국 시민의 복지를 위해 제공하는 것의 차이의 결과이다.

현재의 장애 정책은 지난 200여 년 간의 발전의 결과이다. 그것은 여러 방식으로 다양한 시대의 일반적 생활 조건과 사회경제 정책을 반영한다. 그러나 장애 분야에 있어서는 장애인의 생활조건에 영향을 미친 많은 특수한 조건들이 또한 존재한다. 무지, 방임, 미신과 공포는 장애의 역사 내내 장애인을 고립시키고 장애인의 발전을 지체시킨 사회적 요인들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장애 정책은 시설에서의 기초적인 보호로부터 장애 아동에 대한 교육과 성인기에 장애인이 된 사람들의 재활로 발전해왔다. 교육과 재활을 통해, 장애인은 장애정책의 진전 속에서 보다 능동적인 추진세력이 됐다. 장애인과 그 가족 및 옹호자들의 조직이 결성됐고, 이 조직들은 장애인의 더 나은 상황을 옹호했다. 2차 대전 이후 통합과 정상화(normalization)의 개념이 도입됐고, 이것은 장애인의 능력에 대한 인식의 향상을 반영했다.

1960년대 말 무렵, 몇 개 국가들의 장애인 조직들은 새로운 장애의 개념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개념은 장애를 가진 개인들이 경험하는 제한, 장애인들이 경험하는 환경의 디자인과 구조, 그리고 일반 국민의 태도간의 밀접한 관계를 지적했다. 이와 동시에 개발도상국들의 장애 문제가 더욱더 부각됐다. 이들 국가들 중에서는 장애인구의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됐고, 그들 대부분이 극빈자였다.

장애인의 기회의 평등에 관한 표준 규범의 목적과 내용

…이 규범이 강제력은 없지만, 상당수 국가들이 국제법의 규범을 존중할 의도를 갖고 적용한다면 국제관습법이 될 수 있다. 이 규범은 국가가 장애인의 기회의 평등을 위해 취해야 할 강력한 도덕적·정치적 의무를 포함한다. …이 규범의 목적은 장애를 가진 소녀, 소년, 여성과 남성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세계의 모든 사회들에는 장애인이 권리와 자유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사회활동에 완전히 참여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들이 여전하다. 그런 장애물들을 제거하기 위해 적절한 행동을 취하는 것은 정부들의 책임이다.…여성, 아동, 노인, 빈민, 이주노동자, 이중의 또는 복합 장애를 가진 사람들, 선주민, 인종적 소수자와 같은 집단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장애 정책의 기본 개념

장애(disability)와 핸디캡(handicap)

‘장애’라는 용어는 세계 어느 나라의 어느 국민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상당수의 다양한 기능적 제약을 요약한다. 사람들은 신체적, 지적 또는 정서적 손상, 건강상태나 정신적 질병으로 인해 장애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손상, 건강상태 또는 질병은 영구적이거나 일시적일 수 있다.

‘핸디캡’이란 용어는 타인과 평등한 수준에서 사회생활에 참여할 기회를 상실하거나 제한받는 걸 의미한다. 이것은 장애인과 그 환경간의 부닥침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 용어의 목적은 환경과 사회의 많은 조직화된 활동 속의 결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장애인이 평등한 조건으로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보, 통신, 교육이 있다.

…“장애”와 “핸디캡”이란 용어는 흔히 불확실하고 혼란스럽게 사용됐고, 정책 수립과 정치 행위에 대한 지침으로서 빈약했다. 용어는 의학진단과 의료적인 접근을 반영했지, 그 환경을 이루는 사회의 결함과 부족을 무시했다. …현재의 용어는 개인의 요구(예를 들어 재활과 기술 원조)와 사회의 부족(참여를 가로막는 다양한 장애물) 둘 다를 다뤄야할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예방

“예방”의 의미는 신체적, 지적, 심리적 또는 감각적 손상의 발생을 방지(1차 예방) 또는 영구적인 기능 제한이나 장애를 야기하는 손상을 방지(2차 예방)하는 목적을 둔 행동이다. 예방에는 다양한 유형의 행동이 포함되는데, 예를 들어 기초 건강 보호, 산전·산후 보호, 영양교육, 전염성 질병에 대한 면역 캠페인, 풍토병 통제조치, 안전 규제, 다양한 환경에서의 사고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고, 여기에는 직업 장애와 직업병을 예방하기 위한 작업장 개조, 환경오염 또는 무력 분쟁에서 발생하는 장애 예방이 포함된다.

재활

“재활”이란 용어는 장애인이 자신의 최적의 신체적·감각적·지적·심리적·사회적 기능 수준에 도달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 과정을 말한다. 따라서 장애인에게 더 높은 수준의 독립성을 향해 생활을 바꿀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재활은 기능을 제공하거나 회복하기 위한 조치, 또는 기능의 상실·부재·제약을 보상하기 위한 조치를 포함할 수 있다. 재활과정은 초기의 의료적 치료를 포함하지 않는다. 재활은 보다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재활로부터 목적 지향적인 활동(예를 들어 직업재활)까지를 포함하는 넓은 범주의 조치와 활동들이다.

기회의 평등

“기회의 평등”이라는 용어는 다양한 사회 시스템과 환경(서비스, 활동, 정보, 문서 등)을 모든 사람(특히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을 의미한다.

평등한 권리의 원칙은 각각의 모든 사람의 요구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는 의미이며, 그러한 요구가 사회계획의 기초가 돼야 하며, 모든 개인이 평등한 참여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방식으로 모든 자원이 사용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장애인은 사회의 구성원이며 자신들의 지역 사회 속에서 살아갈 권리를 갖는다. 장애인은 보통의(ordinary) 교육·보건·고용·사회서비스의 구조 속에서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받아야 한다. …

(후략; 이하 규범 1부터 22까지는 다음과 같은 양식으로 되어 있다)
Ⅰ. 평등한 참여를 위한 전제조건
규범 1. 인식향상
이용가능한 프로그램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장애인이 접근가능한 형식으로 제공
장애인이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 시민임을 전달하는 정보의 생산과 유포
대중매체에서 장애인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그리며, 이에 대해 장애인 조직과의 협의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의 원칙을 반영하는 대중교육 프로그램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 조직의 참여
모든 활동에서 장애 문제를 포함하는 기업 활동 장려
장애인이 자신의 권리와 잠재성에 대한 인식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
모든 아동 교육 프로그램, 교사 훈련과정, 전문가 양성과정에 장애 인식 향상을 포함
인권오름 제 19 호 [기사입력] 2006년 08월 29일 13: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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