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냥과 위협도 우릴 막을 순 없었어

[따이루의 일기] 이랜드 앞 청소년 기자회견을 다녀오던 날

따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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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저주를 풀기 위한 청소년 119 선언’ 기자회견을 하러 신천 이랜드 본사를 찾아갔다. 7월부터 이랜드 노동자들이 싸우고 있는 현장을 쫓아다니면서 청소년들도 뭔가를 해야겠다 생각해서 일주일 넘게 빡세게 준비한 기자회견이었어.



11시 40분쯤 기자회견을 시작하려고 하니깐 이랜드 직원들과 넓은 어깨를 가진 무서운 검은색 양복 아저씨들이 나오더군. 우리들이 서 있는 쪽 문은 닫고 차들이 드나들게 출입문 하나만 열어놓고서는 무서운 아저씨 둘이서 그 문을 지키더라고. 그리고서 이랜드 직원 아저씨가 오더니 지금 뭐하는 거냐고 해서 기자회견을 하려 한다 했지. 그랬더니 여긴 차 다니고 사람들 다니는 곳이니까 저쪽에 가서 하라면서 구석진 곳에 있는 문을 가리키더라고. 우린 그냥 여기서 하겠다고 하고서 친절하게 문 옆으로 비켜줬어. 그렇게 하면 차 다니는 데는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느냐고 하면서.



기자회견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신고도 안하고 이런 거 하면 안된다면서 짜증을 내기 시작하더라구. 터무니없는 이유로 기자회견을 못하게 막길래 무시하고 그냥 시작했어. 그런데 그 무서운 아저씨 중 한명이 디카를 가져오더니 우리 귀한 얼굴을 허락도 없이 찍으시더라고. 함께 간 개굴이 제지를 했지만 계속 촬영했어. 회사 앞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 찍어야 한다면서 말이야. 더 웃긴 건 나중에 그 사람이 기자들한테까지 가서 기자증 검사도 하더라구. 참나~

근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어. 기자회견을 제대로 진행하기 힘들 정도로 방해를 계속하길래 기자회견 20분 정도 하고 나면 갈 테니깐 방해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더니, 이랜드 직원 아저씨가 그냥 냅두자는 식으로 ‘검은 양복’한테 얘기했어. 이제는 괜찮겠지 싶었는데... 첫 번째 발언을 또또가 했는데, 또또가 이랜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우려먹고 괴롭히는 악덕기업이라고 하니깐 이랜드 직원이 갑자기 엄청 화를 내기 시작하는 거야. “아니 악덕기업이라니... 니가 뭘 알고나 그런 말 하는 거야?” 그래서 왜 발언 내용을 검열하느냐고, 악덕기업이 아니라면 따로 증명하면 되지 기자회견에서 나오는 발언을 즉석에서 가로막으면 되냐, 악덕기업인지 아닌지는 박성수 회장한테 물어봐라면서 따졌지. 그랬더니 그 직원이 하는 말이 놀라워. 우리 집 앞에 와서 아버지 욕하는데 가만있을 사람이 어디 있냐, 이게 무슨 기자회견이냐 불법집회지,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비난과 억지를 마구마구 쏟아내시더라구.



겨우 다음 순서로 넘어갔어. 체스터야가 여성 청소년으로서 발언을 할 순서였는데, 체스터야는 가족들이 이런 활동을 하는 걸 반대해. 그래서 가면을 쓰고 발언을 하려고 하니까, 이랜드 직원이 “니가 당당하면 가면은 왜 쓰냐? 당당하면 가면 벗고 해라” 이렇게 비아냥거리면서 시비를 걸더라구. 체스터야는 너무 기분이 나빴지만, 발언을 더 이상 못하겠다고 그러더군. 내가 사회자인데, 그 깐죽이 이랜드 아저씨가 다른 청소년을 가리키면서 “너가 늦게 왔으니깐 한번 해라” 그러면서 아예 진행까지 직접 하시더라구. 저 인간이 성인들이 하는 기자회견에서도 저렇게 입을 나대면서 깐죽거릴까 생각하니깐 너무 짜증나고 화가 나더라고.

발언을 겨우 끝내고서 마지막 순서로 선언문 낭독을 하고 있는데, 계속 앞에서 빨리 끝내라면서 시비를 거는 거야. 그러다가 약속한 시간 20분 끝났으니까 어서 가라고 난리 난리 개난리를 치더라구. 선언문을 반도 읽지 못했는데 말이야. 계속 선언문을 읽으니까 플래카드도 뺏으려 하고 마이크까지 뺏더라구. 정말 혈압이 급상승해서 쓰러지실 뻔했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는 그 인간들... 정말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고 박성수 회장을 지키는 미친 개 같았어.



마이크를 다시 빼앗아서 마지막 구호를 외치고 기자회견을 겨우 끝냈어.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치더라구. 이제 가려고 짐을 챙기려 하는데, “빨리 가” 그러면서 청소년들 등을 떼밀고 플래카드도 뺏어 던지고 우산도 발로 차고 가방도 던지는 거야. “니들 학교는 다니냐” “니들 같은 자식이 없어서 다행이다” 그러면서 또 비난을 쏟아 내시더군.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새로 나온 검은 양복 아저씨 둘은 덩치도 엄청 컸는데, 항의하는 청소년을 배로 밀치고 한 대 치려고 하는 거야. 그땐 분노를 넘어 너무 무섭더라.

그때 기자회견 중간부터 와 있던 경찰 3분이 차 안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구경만 하고 계시더라고. 기자회견 중간에 기자회견 방해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하니깐 왜 신고를 안 하고 하냐면서 헛소리 하시던 바로 그분들. 내가 차 앞에서 가서 왜 우릴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주지 않느냐고 항의를 하니깐 창문 6.5cm 정도만 내리고선 손을 휘휘 저으면서 끝났으면 집에나 얼른 가라고 하시더군. 너무 화가 나서 차문을 열고 항의를 하니깐 뭐라고 궁시렁대면서 오히려 나한테 화를 내며 문을 닫고 날 째려보더라고. 그래서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냐 민중의 곰팡이냐” 구호를 외치긴 했지만, 정말 우울하더라. 그 이랜드 무서운 아저씨들도 경찰이 자기들 편이라는 걸 아니깐 오히려 그런 짓거리를 당당하게 했겠지 싶었어. 이 땅에 공권력은 죽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험한 날이었어.



기자회견 내내 화가 너무 나서 나는 눈물도 안 났는데, 같이 온 청소년 하나는 뒤돌아서서 눈물을 흘리더라구. 이랜드 사람들이 하는 말들이 너무 속상하다고 하면서...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무시당해야 하고 표현의 자유도 누리지 못하는 이 사회가 너무 화가 났어. 공권력이라면서 이랜드그룹 애완견 노릇이나 하는 경찰한테도 너무 화가 나고... 그날 우린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우리에게 폭력을 가하는 이랜드를 보면서 그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행했던 폭력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어.

하지만 싸울 수 있겠다는 용기를 갖게 된 하루이기도 했어. 우린 사회적 약자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정말로 약한 건 아니니까. 지금까지는 싸우고 싶지만 함께 싸울 청소년들이 과연 있을까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안고 있었는데, 이랜드그룹과 경찰이 아무리 막아도 끝까지 함께한 청소년들을 보면서 싸울 수 있겠다, 무조건 지는 싸움은 아니겠다라는 희망과 용기를 갖게 되었어.

이랜드 님아, 우릴 얕잡아 봤다간 큰 코 다치심. ㅋㅋ
덧붙이는 글
◎ 따이루 님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에서 활동 중인 청소년입니다.
인권오름 제 67 호 [기사입력] 2007년 08월 15일 14: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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